
이사 첫 주에 꼭 확인해야 할 집 상태
이사 첫 주는 집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입니다. 누수·곰팡이·창호·배수·전기를 5분씩 25분에 훑는 순서와, 사진·날짜 기록이 왜 나중에 나를 지켜주는지 15년 현장 시각으로 정리했습니다.
이사 당일은 정신이 없습니다. 짐이 들어오고, 가구 위치를 잡고, 박스를 뜯다 보면 하루가 갑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15년을 다니며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몇 달 뒤에 불려가서 "이거 원래 있던 건가요, 제가 만든 건가요"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못 할 때였습니다.
집의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 섞입니다. 원래 있던 벽지 얼룩과 내가 살면서 생긴 얼룩이 구분되지 않고, 원래 뻑뻑하던 창문과 내가 무리하게 밀어서 틀어진 창문이 같은 얼굴을 합니다. 그래서 첫 주가 중요합니다. 이 시기는 '내가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성립하는 유일한 구간입니다.

하자를 찾는 게 아니라 상태를 기록하는 겁니다
첫 주 점검을 '트집 잡기'로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관점을 바꾸는 게 좋습니다. 목적은 싸우는 게 아니라, 지금 상태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남겨두면 두 가지가 편해집니다.
첫째, 나중에 문제가 커졌을 때 "언제부터였는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누수는 특히 그렇습니다. 처음 며칠의 작은 자국 사진 한 장이, 반년 뒤 천장이 젖었을 때 원인을 좁히는 결정적 단서가 됩니다.
둘째, 반대로 내 책임인 것도 빨리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만든 문제라면 초기에 손대는 편이 훨씬 저렴합니다. 이건 남 탓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서로의 몫을 흐리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5분 ① 물의 흔적 — 누수는 '지금'보다 '자국'을 봅니다
누수는 물이 떨어지는 장면을 잡기 어렵습니다. 대신 지나간 자국을 봅니다. 확인 순서는 위에서 아래, 젖는 곳에서 마른 곳입니다.
- 천장 모서리와 조명 주변의 누런 테두리 얼룩
- 싱크대·세면대 하부장을 열고 배관 아래 바닥의 부풀음, 들뜬 마감
- 세탁기 수전, 보일러 배관 연결부 주변의 흰 가루 자국(물이 마른 흔적일 수 있습니다)
- 베란다·다용도실 벽 아래쪽의 페인트 들뜸
손등으로 만져 축축한지도 확인해 봅니다. 마른 자국이어도 사진은 남깁니다. 나중에 같은 자리가 커졌는지 비교할 기준이 생깁니다.
5분 ② 곰팡이와 결로 — 가구 넣기 전이 마지막 기회
곰팡이 점검은 짐이 들어오기 전이나 첫 며칠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장롱과 침대가 벽에 붙는 순간 그 벽면은 몇 년간 안 보입니다.
북쪽 벽, 외벽과 붙은 방 구석, 붙박이장 안쪽, 신발장 뒤, 창틀 아래 실리콘을 봅니다. 검은 점이 퍼져 있는지, 실리콘이 회색으로 변색됐는지가 신호입니다. 냄새도 정보입니다. 문을 닫아둔 방을 열었을 때 축축한 흙냄새가 나면 그 방은 따로 표시해 둡니다.
곰팡이는 원인이 곰팡이가 아니라 습기와 온도 차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곰팡이만 닦아내면 계절이 바뀔 때 같은 자리에 다시 옵니다. 첫 주에 위치를 기록해 두면, 나중에 환기·단열·누수 중 무엇이 원인인지 좁혀나가기 쉬워집니다.

5분 ③ 창호와 문 — 열고 닫아보는 것만으로 절반
창문은 모두 한 번씩 끝까지 열고 닫아봅니다. 확인 포인트는 단순합니다.
- 중간에 걸리거나, 힘을 크게 줘야 닫히는가
- 잠금장치(크리센트)가 헛도는가
- 닫았을 때 창틀과 창짝 사이로 빛이 새거나 바람이 느껴지는가
- 방충망이 찢어졌거나 레일에서 빠지는가
- 현관문·방문이 저절로 닫히거나 열리는가(문틀 수평 문제일 수 있습니다)
뻑뻑한 창을 억지로 힘줘 밀면 롤러나 창짝이 상합니다. 안 되면 멈추고 기록하는 편이 낫습니다.
5분 ④ 배수와 수압 — 물을 실제로 틀어봅니다
수도는 눈으로 보면 다 멀쩡합니다. 실제로 틀어야 압니다.
세면대·싱크대·욕조에 물을 어느 정도 받았다가 한 번에 내려보세요. 소량으로 흘릴 때는 멀쩡하다가 한꺼번에 내리면 역류하거나 느리게 빠지는 배수구가 있습니다. 변기는 물을 내린 뒤 물이 채워지는 시간과, 계속 졸졸 흐르는 소리가 나는지를 봅니다.
냄새도 봅니다. 하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면 트랩이 마르거나 봉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수압이 약하다면 세대 내부 문제가 아니라 공용 배관 쪽일 수도 있으니, 혼자 판단하지 말고 관리사무소에 상태를 물어보는 편이 빠릅니다.
5분 ⑤ 전기 — 확인은 하되, 손대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전기는 '점검'과 '작업'을 분명히 나눠야 합니다. 첫 주에 할 일은 점검까지입니다.
- 모든 방의 조명 스위치를 켜보고, 깜빡이거나 안 켜지는 곳을 적습니다
- 콘센트에 그을음·변색·갈라짐이 있는지 눈으로 봅니다
- 분전반(두꺼비집)을 열어 차단기 개수와 표기, 누전차단기 테스트 버튼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콘센트에서 탄내가 나거나 스파크가 튀면 그 즉시 사용을 중단합니다
여기서 멈추십시오. 콘센트를 분해하거나 배선을 만지는 일은 반드시 차단기를 내리고 검전기로 전기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논할 수 있고, 배선 변경·증설·분전반 손대기는 전기 관련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탄내·스파크·반복되는 차단기 트립은 셀프 점검 대상이 아니라 즉시 전문가 상담 대상입니다. 감전과 화재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사진은 '무엇'보다 '어디서·언제'가 중요합니다
기록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게 맥락입니다. 얼룩만 클로즈업으로 찍으면 나중에 그게 어느 방 어느 벽인지 본인도 모릅니다.
- 한 지점당 두 장: 멀리서 한 장(위치가 보이게), 가까이서 한 장(상태가 보이게)
- 크기를 알 수 있게 옆에 자·동전·손 같은 기준물을 함께 둡니다
- 스마트폰 촬영 날짜 정보가 남는지 확인하고, 날짜가 흐려질까 걱정되면 그날 날짜가 보이는 화면을 같이 찍어둡니다
- 사진을 '이사 첫 주 점검' 같은 앨범 하나로 모아둡니다
- 사진과 별개로, 방별 항목을 한 줄씩 적은 메모를 남깁니다("작은방 북쪽 벽 하단 검은 점, 손바닥 크기")
동영상도 좋습니다. 한 바퀴 돌며 천천히 찍은 3~5분짜리 영상 하나가 사진 수십 장의 빈틈을 메워줍니다.
알렸다는 사실까지 남겨야 기록이 완성됩니다
발견했으면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알렸다는 사실 자체가 기록으로 남는 방식이 좋습니다. 통화만 하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문자나 메신저로 사진과 함께 짧게 보내두면, 내용과 시점이 함께 남습니다.
문장은 감정 없이 사실만으로 씁니다. "안방 천장 조명 주변에 지름 20cm 정도 누런 자국이 있어 사진 보냅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처음부터 책임을 따지는 어조로 가면 대화가 닫힙니다.
수리 책임의 범위와 통보 기한은 일반적으로 계약 형태, 하자의 성격, 계약서 특약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서 기간을 단정해 말씀드리는 건 오히려 위험합니다. 계약서를 먼저 확인하고, 공동주택이라면 관리사무소에, 판단이 어려운 사안이라면 관련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언제 알렸는가'가 남아 있는 상태를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첫 주 25분이 가장 싼 보험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누수 흔적 5분, 곰팡이 5분, 창호 5분, 배수 5분, 전기 5분. 전부 합쳐 25분입니다. 짐 정리하는 틈에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됩니다.
이 25분이 대단한 걸 고쳐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중에 문제가 커졌을 때, 원인을 좁히고 서로의 몫을 흐리지 않게 해줍니다. 현장에서 가장 힘든 건 어려운 시공이 아니라, 아무 근거도 없이 서로 얼굴 붉히는 자리였습니다. 사진 몇 장이면 그 자리를 대부분 피할 수 있습니다.
새 집에서 첫 주를 보내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그 즐거움에 25분만 얹어두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사 첫 주 점검, 짐이 다 들어온 뒤에 해도 늦지 않나요?
늦지는 않지만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특히 벽면 곰팡이와 콘센트 상태는 장롱·침대·냉장고가 붙는 순간 몇 년간 확인이 어려워집니다. 가능하다면 가구 배치 전에 벽면을 한 바퀴 촬영해 두고, 이미 들어왔다면 최소한 가구 뒷면 틈으로 손전등을 비춰 확인해 보세요. 짐이 들어온 뒤라도 첫 주 안에만 기록해 두면 '내가 살면서 만든 것과 구분'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됩니다.
얼룩이나 곰팡이가 원래 있던 건지, 제가 만든 건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완벽히 구분하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시점 기록'이 유일한 현실적 방법입니다. 입주 직후 사진에 이미 존재하면 그 이전부터 있던 것이고, 그 사진에 없다가 나중에 생겼다면 거주 중 생긴 것으로 이야기가 정리됩니다. 그래서 상태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일단 전부 찍어두라고 말씀드립니다. 판단은 나중에 해도 되지만, 촬영은 그때가 아니면 못 합니다.
전기 쪽에서 이상을 발견하면 제가 뭘 해도 되고 뭘 하면 안 되나요?
확인은 해도 되고, 손대는 건 선을 그으셔야 합니다. 스위치를 켜보고, 콘센트 겉면의 그을음·변색을 눈으로 보고, 분전반 차단기 표기를 확인하는 것까지는 안전합니다. 반대로 콘센트나 스위치를 분해해 배선을 만지는 일, 회로를 증설하거나 분전반을 손보는 일은 전기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부득이하게 커버 정도를 열어볼 상황이라도 반드시 해당 회로 차단기를 내리고 검전기로 무전압을 확인해야 합니다. 탄내, 스파크, 반복되는 차단기 트립은 셀프 대상이 아니라 즉시 전문가 상담 대상입니다.
발견한 하자를 집주인이나 관리사무소에 언제까지 알려야 하나요?
기한을 여기서 단정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계약 형태(전세·월세·매매), 하자의 성격, 계약서 특약에 따라 일반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 권하는 건 '기한을 따지기 전에 일단 빨리, 그리고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문자나 메신저로 사진과 함께 사실만 간단히 보내두면 내용과 시점이 함께 남습니다. 구체적인 책임 범위와 기한은 계약서를 먼저 확인하고, 공동주택이면 관리사무소에, 판단이 어려우면 관련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점검하다 보면 사소한 것까지 다 적게 되는데, 어디까지 알려야 할까요?
기록은 넓게, 통보는 좁게 하시면 됩니다. 사진과 메모는 사소해 보여도 전부 남기되, 상대에게 알릴 항목은 세 가지 기준으로 추리세요. 첫째 안전과 관련된 것(전기 이상, 가스 냄새, 문 잠금 불량), 둘째 시간이 지나면 커지는 것(누수 흔적, 곰팡이, 배수 불량), 셋째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것(안 열리는 창, 안 켜지는 조명)입니다. 벽지의 작은 스크래치 같은 것은 기록만 해두었다가, 나중에 원상복구 이야기가 나올 때 근거로 쓰면 충분합니다.